고단백 음식 종류로 다이어트가 쉬워졌어요

모든 시작은 피곤함에서 왔어요

요즘 따라 아침이 더 버거웠어요. 알람이 울리기 전부터 눈이 떠지긴 하는데, 그건 숙면을 해서가 아니라 머릿속이 복잡해서였죠. 일어나자마자 아이 도시락부터 챙기고, 세탁기 돌리고, 급하게 머리를 말리고 나면 어느새 출근 시간이에요. 아침은 늘 커피 한 잔으로 넘기고, 점심은 대충 챙긴 도시락이나 김밥 한 줄, 그렇게 하루를 버티는 날이 계속되고 있었어요.

그날도 평소처럼 무기력한 기분으로 점심을 먹고 책상에 앉았는데, 문득 내 몸이 너무 무거운 거예요. 팔도 무겁고, 다리도 무겁고, 머리도 무겁고. ‘살이 쪄서 그런가’ 생각하며 괜히 어플을 켜서 체중을 확인했는데, 사실 숫자가 크게 변한 건 없었어요. 그런데 기운이 없는 건 확실했고, 이유를 찾고 싶었어요.

잘 먹지 않는다는 착각

저는 늘 ‘과식은 하지 않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빵도 잘 안 먹고, 외식도 줄이고, 저녁은 거르기도 하고. 그런데 되짚어보니 ‘무엇을 먹지 않았는가’에만 집중했지 ‘무엇을 제대로 먹고 있는가’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날 밤, 피곤에 찌든 얼굴로 누워서 유튜브를 보다가 ‘단백질 부족’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어요. 근육량이 줄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진다, 피로가 누적된다, 피부 탄력도 잃는다… 그런 설명들이 내 상태랑 너무 닮아 있었죠.

저는 순간 혼란스러웠어요. 단백질은 헬스하는 사람들만 챙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평범한 워킹맘에게도 단백질은 꼭 필요한 에너지라는 걸 처음 알았어요.

계란 한 알에서 시작된 작고도 큰 시도

다음 날 아침, 계란을 삶았어요. 아이 도시락 쌀 때 하나 더 넣은 계란을 반으로 나눠 먹었죠. 그게 끝이에요. 아주 단순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점심때까지 배가 덜 고팠고, 집중도 잘 됐어요.

‘설마’ 했지만, 또 해봤어요.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주도. 계란만 먹을 순 없어서 닭가슴살도 준비해보고, 두부도 다시 사서 요리했어요. 예전엔 맛없다고 느꼈던 음식들이 이상하게도 부담 없이 다가왔어요.

그렇게 하루 한 끼, 두 끼씩 고단백 음식으로 바꾸기 시작했어요. 갑자기 확 바꾸진 않았어요. 그냥 아침에 계란, 점심에 닭가슴살 샐러드, 저녁엔 아이와 함께 먹는 반찬에서 생선이나 두부를 더해보는 정도였어요.

처음엔 실패도 있었어요

처음 닭가슴살을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먹었을 땐, 종이 씹는 느낌이었어요. 너무 퍽퍽해서 도저히 못 먹겠더라고요. 억지로 삼켰지만 그날은 기분이 참 안 좋았어요. ‘이걸 매일 먹으라는 거야?’ 하면서 괜히 짜증도 났고요.

그때부터 조리법을 바꾸기 시작했어요. 에어프라이어에 굽기도 하고, 간장 마늘 소스를 살짝 넣어 굽기도 했죠. 두부는 부침용으로 바꿔서 팬에 구워보니 식감이 좋아서 손이 자주 가더라고요.

정체불명의 단백질 바도 시도해봤는데, 너무 단맛이 강해서 금세 질렸어요. 결국 내 입맛에 맞는 걸 찾아야 오래 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가족의 반응은 늘 나를 흔들었어요

아이 아빠는 처음엔 시큰둥했어요. “또 무슨 다이어트야?”라는 말이 그리 반갑지는 않았어요. 아이는 반찬에 닭가슴살이 나오면 티 나게 인상을 찌푸렸고요. 저도 스트레스였지만, 억지로 강요하진 않았어요.

대신 제가 잘 먹는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어요. 아침에 그릭요거트에 견과류를 뿌려 먹는 모습, 점심에 샐러드를 맛있게 먹는 모습, 저녁엔 아이와 똑같이 먹되 한두 가지 고단백 식재료를 곁들이는 모습. 그렇게 한 달쯤 지나니까 남편도 슬쩍 따라오기 시작했고, 아이는 삶은 달걀 흰자만 골라 먹더라고요.

내 몸이 보내는 신호가 달라졌어요

변화는 의외로 빨리 왔어요. 체중계 숫자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옷이 헐렁해졌고, 피부가 조금씩 밝아졌어요. 저녁에 퇴근해도 기운이 남아 있어서 아이랑 조금 더 놀아줄 수 있었고, 예전엔 버겁기만 했던 주말 나들이도 덜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아침에 눈을 뜨는 감각이었어요. 피로가 덜한 몸, 일어나자마자 커피를 찾지 않아도 되는 여유. 그 모든 게 아주 작지만 확실한 변화로 다가왔어요.

이제는 단백질 함량을 습관처럼 보게 됐고, 마트에 가면 고기를 살 때도 ‘어떻게 조리하면 질리지 않을까’부터 생각하게 돼요. 간식도 바뀌었어요. 과자 대신 병아리콩이나 삶은 계란, 때로는 연두부에 간장 톡 떨어뜨린 것도 좋아하게 됐고요.

가끔은 유혹도 찾아와요

입에 착 붙는 라면이나 달콤한 빵도 여전히 저를 유혹해요. 완벽한 식단을 지키려 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오히려 폭식으로 이어지기도 하니까, 이젠 그런 유혹을 너무 억누르진 않기로 했어요.

맛있게 한 그릇 먹고, 다음 끼니에 다시 단백질을 챙기면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포기하지 않고 돌아오기만 하면 된다는 걸 알게 되니까, 마음이 많이 편해졌어요.

예전엔 다이어트가 늘 실패와 스트레스를 동반했는데, 지금은 실패조차 자연스럽게 느껴져요. 돌아올 수 있는 루틴이 있으니까요.

고단백 식품 구성 예시표

식품군 식품명 100g당 단백질(g) 일상 활용법
육류 닭가슴살 23g 삶거나 에어프라이어 조리
어류 연어, 고등어 20~22g 구이, 샐러드 토핑
콩류 삶은 병아리콩 8.9g 간식, 샐러드, 스프
유제품 그릭요거트 10g 아침 식사 대체, 간식용
달걀 삶은 달걀(1개) 6g 아침, 도시락
곡물 퀴노아, 오트밀 4.4~5g 한 끼 대용, 샐러드 혼합
견과류 아몬드, 해바라기씨 20~21g 간식, 요거트 토핑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나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

어느 날 거울 앞에서, 예전엔 미처 보지 못했던 표정을 봤어요.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여유 있는 얼굴. 아직도 피곤할 땐 많지만, 그 피로가 예전처럼 절망적이지는 않아요.

다이어트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그걸 어떻게 꾸준히 해요?”였는데, 저도 처음엔 꾸준히 할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잘 버틴다’는 말이 달리 들리더라고요. ‘참는다’는 게 아니라, ‘지킨다’는 감각으로 바뀌니까, 어느 순간 이게 생활이 되었어요.

고단백 식단은 제 삶을 바꿨어요. 화려하거나 극적인 변화는 아니었지만, 아주 조용하게, 서서히, 그리고 확실하게요.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요. 그날 그 계란 한 알을 먹지 않았다면, 아직도 나는 피곤한 몸으로 커피만 들이켰겠죠.

지금 제 마음속엔 조용한 다짐이 하나 있어요.

“내가 내 몸을 지켜야, 아이의 엄마로 오래 남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이, 고단백 식단이었다는 사실이 참 고맙고 든든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