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살겠지 싶었던 그 배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모른 척했어요. 살다 보면 살이 찔 수도 있고, 중년이 되면 배가 나올 수도 있는 거니까요. 남편이 거울 앞에 설 때마다 티셔츠가 배꼽 위로 말려 올라가 있는 걸 봐도, 못 본 척했어요. 괜히 뭐라고 했다가 서로 기분만 상하니까요.
근데 어느 날, 정말 이상하게도 그 배가 너무 신경 쓰이더라고요. 그날도 별일 없던 하루였는데, 저녁 준비하다가 남편이 앞치마 두르고 냉장고 열고 있는 모습을 봤는데… 아랫배가 앞치마를 밀어내고 있는 거예요. 말 그대로 밀어내고 있었어요. 그 순간, ‘저거 그냥 두면 진짜 건강에 안 좋겠다’ 싶었어요.
사실 제 남편은 결혼 초엔 제법 근육도 있었어요. 팔뚝도 단단했고, 허리 라인도 깔끔했거든요. 근데 아이 태어나고, 야근 늘어나고, 회식이 줄었는데도 배달 음식은 더 자주 시켜 먹게 되면서 서서히 무너졌어요. 그런 걸 가까이서 보고 있었으니 제가 더 걱정이 됐던 거겠죠.
말 꺼내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그날 밤, 아이 재워놓고 나서 조심스럽게 꺼냈어요. “여보, 우리… 운동 좀 같이 해볼까?” 말하자마자 남편이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거예요. 긴장됐어요. 잔소리처럼 들릴까 봐. 다행히 표정이 나쁘진 않았어요. “왜, 나 많이 찐 거 같아?” 하면서 웃더라고요. 전 그냥 고개만 끄덕였어요.
그렇게 말 한마디로 시작됐어요. 딱히 계획은 없었어요. 일단 걷자, 그것부터였어요. 밤 9시쯤, 아이 자고 나면 둘이 아파트 단지 한 바퀴 도는 걸로요. 처음엔 정말 조용히 걸었어요. 서로 말도 별로 안 하고. 그냥 이어폰 한 쪽씩 나눠 끼고 조용히 음악만 들었어요. 근데 그 시간이 이상하게 좋더라고요. 하루 종일 말은 많이 해도 정작 서로 마음 나눌 시간은 거의 없었는데, 걷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대화도 생겼어요.
아랫배는 생각보다 끈질겼어요
근데 문제는요, 한 달쯤 그렇게 걷고 나니까 체중은 살짝 줄었는데 아랫배는 꿈쩍도 안 하는 거예요. 남편도 약간 실망한 눈치였어요. 운동하고 나면 뭔가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으니까 점점 의욕도 줄어드는 게 보였어요.
제가 먼저 이런 말 했어요. “우리 혹시 뭔가 방법이 잘못된 거 아닐까?” 그 말에 남편도 고개 끄덕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또 밤마다 검색을 했죠. ‘남자 아랫배 뱃살’ ‘복부비만 원인’ 같은 걸 진짜 수십 개는 봤을 거예요. 그러다가 발견한 게 ‘근육 자극’이었어요. 유산소만으로는 아랫배가 빠지기 어렵고, 복부 근육을 제대로 자극해야 효과가 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날부터 남편 앞에서 슬쩍 유튜브 틀었어요. 플랭크 하는 영상, 레그레이즈 하는 영상, 누워서 하는 크런치 같은 거요. 남편도 자연스럽게 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며칠 뒤엔 제가 아예 매트를 꺼내 놓고 먼저 했어요. “이거 30초만 하면 된다더라~” 하면서요. 남편이 처음엔 피식 웃더니 옆에 누워서 따라 했어요. 물론… 10초도 못 버티고 주저앉았죠.
그날의 대굴욕, 그리고 웃음
지금도 기억나요. 그날이 목요일이었어요. 남편이 플랭크 하다가 얼굴 시뻘개져서 떨고 있다가 “허리 너무 아프다!” 하고 소리치더니, 뒤로 넘어졌어요. 저도 웃다가 플랭크 자세에서 풀려서 매트에 코 박았고요. 진짜… 웃기면서도 조금 민망했어요. 둘 다 운동신경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까지 형편없을 줄은 몰랐거든요.
근데 이상하게 그날 이후로 빠지지 않고 했어요. 매일은 아니지만, 최소 일주일에 네 번은 했어요. 처음엔 20초도 힘들었던 플랭크가 이제는 40초까지 버티고, 크런치도 다섯 개 하던 게 어느새 15개까지 늘었고요. 서툴지만 꾸준히 한 게 결국 결과로 이어졌어요.
진짜 변화는 숫자가 아니라 자세였어요
한 달 반쯤 지났을 때였어요. 남편이 퇴근하고 들어오는데, 옷태가 달라 보였어요. 허리가 약간 더 길어 보였다고 해야 하나? 평소에 항상 셔츠 단추가 당겨져 있던 자리에 여유가 생겼어요. 남편도 눈치챘는지 자꾸 거울 앞에서 셔츠를 만져보더라고요.
체중은 2kg 정도밖에 안 줄었는데, 확실히 배 모양이 달라졌어요. 불룩하게 튀어나온 모양이 아니라, 살짝 아래로 빠진 느낌? 그거 하나로 남편이 진짜 신났어요. “나 이렇게 꾸준히 운동한 건 결혼하고 처음이야.” 하면서 매일 매트 먼저 깔고 있어요. 저보다 더 열심히 할 때도 많고요.
이제는 생활이 됐어요
이제는 아예 일과처럼 자리를 잡았어요. 퇴근 후에 아이 재우고, 스트레칭부터 하고, 짧게 복부 운동하고, 가끔은 단지 한 바퀴 걷고. 그게 저희의 저녁 루틴이 됐어요. 가끔은 남편이 “오늘 너무 피곤해서 하루만 쉬면 안 될까?”라고 물어보면, 제가 웃으면서 말해요. “그럼 내일 두 배로 해~” 하고요.
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우리 둘이 계속 같이 뭔가를 해나가고 있다는 그 느낌이 좋아요. 아랫배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됐지만, 지금은 건강한 생활을 함께 유지하고 있다는 데 더 의미를 두고 있어요.
우리가 실제로 해봤던 ‘남편 아랫배 운동 루틴’
요일 | 운동 내용 | 소요 시간 | 남편 반응/느낀 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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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 플랭크 30초 × 2세트 + 레그레이즈 10개 | 약 10분 | “이거 은근히 땀난다…” |
화요일 | 아파트 단지 걷기 (4바퀴) | 약 30분 | “걷다 보면 스트레스도 좀 풀려” |
수요일 | 복근 크런치 15개 × 2세트 | 약 8분 | “힘든데 하고 나면 속이 시원해” |
목요일 | 스트레칭 + 플랭크 40초 × 1세트 | 약 10분 | “어제보다 10초 더 버텼다!” |
금요일 | 걷기 생략, 복부 운동만 집중 | 약 12분 | “이제 이게 생활이 된 것 같아” |
주말 | 자유 운동 (아이와 놀기, 가벼운 산책 등) | 유동적 | “쉬면서도 몸을 좀 움직이게 되네” |
남편 배가 슬슬 들어가기 시작한 그 시점 전후 비교
구분 | 시작 전 | 6주 후 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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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 약 74kg | 약 71.8kg (크게 줄진 않았지만…) |
복부 둘레 | 눈대중으로도 티 나는 불룩함 | 옷 입었을 때 라인이 확실히 달라짐 |
셔츠 핏감 | 단추 사이 틈이 벌어져 있었음 | 셔츠 단추에 여유 생김 |
거울 앞 행동 | 거의 안 보던 거울, 무심했음 | 샤워 후 은근슬쩍 옆태 확인하곤 함 |
말투 변화 | “운동 귀찮아” “의미 없을지도 몰라” | “오늘도 해야지” “확실히 뭔가 달라” |
마지막으로 제 마음속에 남은 말
“아랫배는 배신하지 않지만, 절대 스스로 사라지지 않는다.”
남편의 아랫배를 없애는 여정은 생각보다 복잡했고, 길었어요. 중간에 웃겼던 순간도 많았고, 속상했던 날도 있었어요. 근데 결국은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같이 해낸 거잖아요. 그래서 더 의미 있었던 것 같아요.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누군가의 아랫배를 걱정하고 계시다면, 꼭 말해주고 싶어요. 혼자 하게 두지 마시고, 같이 해보세요. 같이 실패하고, 같이 웃고, 같이 조금씩 나아가면 어느 날 정말 신기하게도… 그 배는 조금씩 사라지더라고요.
오늘 밤도 우리는 매트를 깔고 플랭크를 해요. 여전히 자세는 엉성하지만, 웃음만큼은 제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