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형광펜으로 그은 생일, 갑자기 무겁게 다가왔어요
며칠 전이에요. 딱히 특별한 날도 아닌데, 아침에 핸드폰 알람 꺼두고 천천히 일어나 커피를 내렸어요. 원래는 정신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블로그 관리자창부터 열었을 텐데, 그날은 그냥 멍하니 달력을 봤어요. 근데요… 제 생일 날짜에 노란 형광펜으로 그어놓은 표시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아내가 기억하려고 표시해 둔 거였는데, 순간 이상하게 그 숫자가 낯설게 느껴졌어요.
‘벌써 49살이네…’
정말 아무 준비 없이 여기까지 왔구나 싶었어요. 뭐랄까, 그동안은 그냥 하루하루 어떻게든 살아오면 되겠지 싶었는데, 50이라는 숫자가 눈앞에 오니까 느낌이 전혀 달랐어요. 마흔 넘어도 한동안은 ‘아직 괜찮아’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거든요. 근데 이젠 진짜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걸 실감하게 되더라고요.
불안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깊게 찾아왔어요
그날은 유난히 블로그 수익도 뚝 떨어졌더라고요. 하루 3포스트씩 꾸준히 올리는데도, 조회수도 예전 같지 않고, 광고 단가는 왜 자꾸 떨어지는지… 점심쯤엔 블로그 통계를 보다가 그냥 꺼버렸어요. 예전엔 포기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북돋우며 버텼는데, 그날은 솔직히 자신감이 좀 무너졌어요.
“내가 지금처럼 10년을 더 쓸 수 있을까…?”
그 질문이 가슴을 파고들었어요. 몸도 전처럼 따라주지 않고, 예전처럼 열정 하나로 밀어붙이기엔 체력도 떨어지고. 뭔가 다 조금씩 한계에 다가온 기분이었어요. 갑자기 두려워졌죠. 이 생활이 끊기면 뭘로 먹고살지 감도 안 잡히니까요.
첫 번째 시도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어요
‘뭔가 해야겠다’ 싶어서 그날 저녁부터 노후 준비에 대해 검색을 시작했어요. 국민연금, 개인연금, 주택연금, IRP, 퇴직연금… 너무 많아서 뭐가 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이름도 다 거기서 거기고,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안 되고.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낫겠다 싶어서 그중 제일 눈에 많이 보였던 연금보험 상품 하나에 가입했어요. 30만 원씩 20년 납입하는 구조였는데, 가입하고 나서야 수수료가 생각보다 크단 걸 알게 됐어요. 심지어 중도 해지도 어렵고, 5년 지나야 겨우 본전 찾는 구조더라고요. 괜히 급하게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후회했죠.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제가 물어보지도 않았으니까요. 솔직히 그때는 ‘난 왜 이렇게 준비가 없을까’ 자책만 계속했어요.
두 번째 시도는, 글을 쓰면서 시작됐어요
계속 멍하니 있을 순 없잖아요. 그래도 블로그는 제 생활의 중심이니까요. 그래서 ‘국민연금 어떻게 확인하는지’라는 주제로 포스트 하나를 써봤어요. 제가 알아본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생각보다 이해가 잘 되더라고요. 이상했어요. 남들 설명 들을 땐 하나도 안 들어오던 게, 글로 쓰니까 머리에 박혔어요.
그 뒤로 IRP에 대한 글, 개인연금 비교 글도 하나씩 써봤어요. 웃긴 건, 그 글들을 제가 제일 많이 다시 읽었다는 거예요. 제 글로 제가 공부를 했거든요. 블로거로 산다는 건 이런 장점도 있구나 싶었어요. 남한테 설명하려다 보니 제대로 알아야 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건 나한테 맞겠구나’가 보였어요.
방향을 바꿔보니 수익보다 안정감이 생겼어요
그때부터는 블로그 운영 방향도 살짝 바꿨어요. 단기적인 조회수보다, 오래 살아남을 글에 집중했어요. 검색 수요가 꾸준한 주제, 중장년층이 많이 찾는 복지 정보, 연금 제도 변화 같은 것들이요. 예전엔 그저 트렌드 키워드 쫓느라 정신 없었는데, 지금은 한 달에 두 개, 세 개만 써도 오래 검색되는 글을 만드는 게 훨씬 가치 있더라고요.
덕분에 블로그 수익도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어요. 예전처럼 대박은 아니지만, 꾸준히 들어오는 수익이 있다는 게 뭔가 든든했어요. 처음 IRP 계좌 만들 때는 증권사 직원한테 물어볼 엄두도 안 났는데, 이제는 앱으로 직접 리밸런싱도 해요. 몰랐던 ETF 종목도 하나하나 공부하면서요.
루틴이라는 게 이렇게 큰 힘이 될 줄 몰랐어요
매달 1일에는 제가 정한 노후 점검 루틴이 있어요. 국민연금 예상수령액 조회, IRP 수익률 점검, 건강보험공단 들어가서 보험료 확인, 블로그 수익 정리까지. 원래는 귀찮아서 안 하던 것들이었는데, 일단 습관이 되니까 의외로 어렵지 않더라고요.
지금은 작은 노력이 큰 불안을 막아주는 느낌이에요. 예전엔 막연히 ‘노후가 두렵다’는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다’는 안심이 생겼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이 길을 걷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볍거든요.
물론 아직도 불안은 남아 있어요. 갑자기 블로그 트래픽이 반 토막 나는 날이면, ‘이제 끝난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어느 날은 광고 계정 정지됐던 날도 있었고요. 그런 날은 커피잔 들고 창밖만 한참 바라보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 쓰고 하루를 흘려보내기도 했어요.
근데요, 그런 날이 있어도 다시 다음 날은 글을 써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고, 이게 제가 선택한 삶이니까요.
그때 그 순간, 내가 겪었던 노후 준비 시행착오 메모
시도한 것 | 당시 판단 기준 | 결과 및 느낀 점 | 지금의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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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보험 상품 가입 | 수익률 높다는 설명만 듣고 선택 | 수수료 높고 중도 해지 어려움 | 너무 성급했음. 비교는 필수 |
유튜브 영상 정보에 의존 | 영상만 보고 가입 결심 | 광고성 콘텐츠 많아 신뢰 어려움 | 직접 공부하지 않으면 손해 |
IRP 가입 미루기 | 절차 복잡해 보여서 계속 뒤로 미룸 | 노후 자산 관리 늦어짐 | 시작 시점이 빠를수록 유리함 |
국민연금 예측액 확인 안함 | 자동으로 되는 줄 알았음 | 수령액 예측 불가로 불안감 커짐 | 지금은 주기적으로 확인함 |
블로그에 수익성 없는 글만 작성 | 즉각 반응 나오는 글만 추구 | 단기 수익은 생겼지만 오래 안 감 | 지속가능한 글 쓰는 게 훨씬 중요함 |
지금 내가 매달 챙겨보는 작은 루틴들 (49살의 월간 체크리스트)
체크 날짜 | 확인하는 항목 | 어디서 확인하는지 | 체크 방법 | 한 줄 메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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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1일 |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 조회 |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 | 로그인 후 모의계산 | 불안할수록 직접 숫자로 보는 게 낫다 |
매월 1일 | 개인 IRP 수익률 확인 | 증권사 어플 | 앱 접속 후 최근 수익률 확인 | 수익률보다 꾸준함이 먼저다 |
매월 1일 | 건강보험료 납부 내역 확인 | 건강보험공단 사이트 | 자동이체 내역 확인 | 의료비 대비 차원에서 확인 중 |
매월 1일 | 블로그 광고 수익 정리 | 애드센스·Ezoic 대시보드 | 엑셀에 수익 입력, 추이 기록 | 작아도 모이면 자산이다 |
매월 1일 | 연금 관련 뉴스 체크 | 포털사이트 뉴스검색 | ‘연금 개편’ ‘복지제도’ 키워드 모니터링 |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손해 없다 |
마음속에 계속 남는 말 하나
“언제 시작하느냐보다, 끝까지 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예전에 아는 분이 이런 말을 했었어요. 그땐 그냥 흘려들었는데, 지금은 매일 이 말이 생각나요.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것 같아도, 끝까지 가면 된다고 믿어요.
저처럼 뒤늦게 시작하시는 분들도 분명 계실 거예요. 괜찮아요. 늦어도 돼요. 준비라는 건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게 아니라, 조용히 조금씩 쌓이는 거니까요. 혼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나씩 하면 돼요. 매달 1일, 커피 한 잔 놓고 통장 한번 들여다보는 그 습관부터요.
그렇게 한 걸음씩, 내 노후를 내가 준비해가고 있다는 사실. 그게 요즘 제 삶에서 가장 큰 위로이자 자부심이에요. 누군가는 작다고 할지 몰라도, 저에겐 가장 중요한 한 걸음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