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 종합복지관 프로그램 체험 후기를 쓰려니 마음속에 떠오르는 장면이 참 많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가볍게 경험해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제 삶의 작은 전환점이 된 하루였습니다. 제 이야기 속에서 누군가도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차근차근 풀어가 보겠습니다.
낯선 시작 앞에서
평범한 회사원의 일상
저는 매일 비슷한 일과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아침마다 지하철에 몸을 싣고 회사로 향하고, 하루 종일 일과 회의로 시간을 보낸 뒤 늦은 저녁 집에 들어가면 그냥 텔레비전을 켜거나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습니다. 마음속에는 ‘이게 다일까’ 하는 공허함이 종종 찾아왔습니다.
회사에서 은퇴 이야기를 꺼내는 선배들을 볼 때마다 괜히 귀가 기울여지곤 했습니다. 저도 언젠가 맞이할 일이지만 막상 제 일이 될 거라는 실감은 잘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지역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은퇴자 종합복지관 프로그램 체험 모집 글을 보게 됐습니다. 순간 머뭇거렸습니다. 아직 은퇴할 나이는 아닌데, 내가 가도 될까? 하지만 호기심이 더 앞섰습니다.
복지관에 들어선 순간
처음 복지관에 들어섰을 때 공기부터 달랐습니다. 회사처럼 바쁘고 긴장된 분위기가 아니라 따뜻하고 잔잔한 기운이 감돌았지요. 안내 데스크에서 프로그램 안내 책자를 받아 들고 잠시 멈춰 섰을 때, 솔직히 말하면 당황스러웠습니다. 요가, 합창, 서예, 건강 상담, 스마트폰 활용, 요리 체험… 종류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때는 진짜 뭐가 뭔지 몰랐어요. 그냥 다 비슷해 보여서 한참을 들여다만 봤습니다. 결국 가장 덜 부담스러울 것 같은 스마트폰 활용 프로그램을 골랐습니다.
처음 겪은 시행착오
예상과 달랐던 수업
수업이 시작되자 바로 깨달았습니다. 대부분 수강생은 연세가 있으셔서 기본적인 기능부터 배우고 계셨습니다. 저는 이미 알던 것들이라 속으로는 ‘아차, 잘못 선택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참 지루해지고 집중이 흐트러질 때쯤, 옆자리 아주머니가 메시지 전송 방법을 자꾸 틀리시면서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순간 용기가 나서 살짝 도와드렸더니 아주머니가 활짝 웃으시며 “덕분에 쉽게 알았네요”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순간 마음이 조금 풀렸습니다.
웃음으로 넘긴 실수
그날 저는 한 가지 실수도 했습니다. 강사님이 파일 전송 실습을 시키셨는데, 제가 괜히 아는 척한다고 빨리 하려다 사진첩 전체를 단체방에 올려버린 겁니다. 제 여행 사진, 음식 사진이 줄줄이 올라가면서 모두가 한바탕 웃었습니다. 얼굴이 빨개졌지만 오히려 덕분에 분위기가 더 부드러워졌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여기는 회사처럼 실수하면 질책받는 곳이 아니라 함께 웃고 넘어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걸요.
처음 복지관에서 느낀 순간들을 정리해본 기록
상황 | 당시 제 마음 | 지금 돌이켜본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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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책자를 처음 받았을 때 |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서 뭘 고를지 몰라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마음속에서는 ‘내가 괜히 온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 그때는 우왕좌왕했지만 지금은 그 순간조차 설렘으로 남았습니다. 어쩌면 선택의 폭이 넓었다는 건 복지관의 장점이었고, 제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시작이었습니다. |
스마트폰 활용 프로그램 수업 첫날 |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시간 낭비하는 건 아닐까’ 하는 조급함이 들었습니다. 주변과 속도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괜히 어색했습니다. | 당시엔 불필요하다고 여겼는데, 오히려 옆자리 분을 도와드리면서 교류가 시작되었습니다. 배움의 속도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함께하는 즐거움을 처음 맛보게 된 계기였습니다. |
합창 교실에 들어선 순간 | 노래를 잘 못한다는 이유로 목소리가 자꾸 떨렸습니다. 나이 든 분들 사이에서 혼자 젊다는 이유로 괜히 눈에 띌까 봐 위축되기도 했습니다. | 지금은 그 두려움이 무색할 정도로 합창에서 느낀 울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못해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주는 해방감 덕분에 진짜 웃음이 터져 나왔던 순간이었습니다. |
단체 수업 중 실수했을 때 | 사진첩 전체를 잘못 전송해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당황스러웠습니다. |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실수 덕분에 다 함께 웃었고, 어색했던 분위기도 금세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제게는 복지관에서 가장 따뜻했던 추억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
터닝포인트가 된 합창 수업
망설임 끝에 들어간 교실
며칠 뒤, 우연히 합창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노래는 자신 없는 분야라서 망설였는데, 한 번쯤 해보자는 생각에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교실에 들어서니 이미 여러 명이 원을 그리며 목을 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괜히 주눅이 들더군요. 그런데 지휘자 선생님이 “못해도 괜찮습니다. 목소리만 내면 됩니다”라고 하시는 말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목소리가 겹쳐지는 순간
처음에는 작은 목소리로 따라 부르다가 점점 힘이 붙었습니다. 제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와 섞여 울려 퍼질 때 느껴지는 묘한 울림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혼자서 부를 때는 느낄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틀려도 웃고, 박자를 놓쳐도 서로 눈을 마주치며 맞춰가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회사에서는 늘 성과와 효율이 중요했는데, 이곳에서는 그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생활 속의 작은 변화
몸과 마음이 달라진 일상
복지관을 다녀온 뒤로 저의 일상에도 작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퇴근 후 소파에만 누워 있던 제가 스트레칭을 하고, 합창 수업에서 배운 호흡법을 흉내 내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몸이 가벼워진 것도 느껴지고, 하루를 좀 더 의미 있게 보냈다는 만족감이 커졌습니다.
새로 생긴 인연들
또 하나 반가운 건 사람들과의 인연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왔다가 어색했는데, 이제는 복지관에서 만난 분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다음 주에도 같이 가자”는 말을 주고받습니다. 나이 차이가 있어도 상관없었습니다. 서로 웃고 배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친구 같은 사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은퇴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두려움 대신 기대
솔직히 말하면 예전에는 은퇴라는 말을 들으면 두렵고 막막했습니다. 공백 같은 시간이 다가올까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은퇴자 종합복지관 프로그램을 경험하면서 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앞으로의 시간은 비어 있는 공백이 아니라, 새로운 배움과 만남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마음에 남은 한마디
지휘자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지금도 마음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노래는 잘 부르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마음을 담아 부르는 게 중요합니다.” 그 말은 노래뿐만 아니라 삶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 서툴러도 괜찮다는 위로 같은 말이었습니다.
지금의 다짐
앞으로도 시간이 날 때마다 복지관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언젠가 은퇴를 하게 되더라도 그 시간을 두려움이 아닌 기대의 시간으로 맞이할 수 있겠지요. 지금은 회사원으로 바쁘게 지내지만, 복지관에서의 경험이 제 마음속에 작은 등불처럼 켜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경험을 돌아보며 한 줄로 남기고 싶습니다.
은퇴자 종합복지관 프로그램 체험 후기라는 단어가 이제는 제게 단순한 글 제목이 아니라,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기억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함께라면 더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