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국가 지원 일자리 종류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그저 소일거리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직접 경험해 보니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니라, 제 삶의 방향을 새롭게 잡아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이 들어서도 누군가에게 쓰임이 있다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죠.
첫 만남 같은 시작
갑자기 찾아온 공허함
정년퇴직을 맞이하던 날, 저는 동료들의 축하 속에서 환한 미소를 지었지만 속마음은 복잡했습니다. 앞으로는 긴 출퇴근도 없고, 아침마다 보고서를 준비할 필요도 없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해방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집에만 앉아 있으니 이상하게 시간이 길고 지루했습니다. 텔레비전을 켜도, 신문을 봐도, 마음속 허전함이 메워지지 않더군요.
그때 문득, 제 아내가 “이제는 당신이 뭘 해도 돼.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해봐”라고 했는데, 정작 저는 뭘 하고 싶은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마치 길을 잃은 기분이었죠.
신문 속 작은 단어
며칠 뒤, 우연히 지역신문을 읽다 ‘은퇴 후 국가 지원 일자리 종류’라는 짧은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내가 이런 걸 해도 될까?” 망설였지만, 가만히 있으면 더 답답할 것 같아서 주민센터에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시행착오 속에서 배운 교훈
처음 접한 다양한 선택지
주민센터에 도착하니 담당자께서 여러 안내 책자를 내주셨습니다. 환경 정화 활동, 도서관 보조, 복지관 지원, 안전 지킴이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처음 보는 단어들이라서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습니다. 다 비슷해 보여서요. 사실 그날 창구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결국 조용히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도서관 자료 정리 업무를 선택했습니다. 책을 다루는 일이니 크게 힘들지 않겠지 싶었죠.
예상치 못한 난관
막상 일을 시작하니 상황은 달랐습니다. 매일 무거운 책을 옮기고, 허리를 굽혔다 폈다 반복하다 보니 체력이 금세 바닥나더군요. 예전에는 출퇴근길에 지하철을 서서도 잘 버텼는데, 나이가 드니 작은 동작 하나가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습니다. 결국 한 달도 안 돼서 포기했습니다.
포기하고 돌아오는 길에 제 마음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괜히 시작했나 싶고, ‘나이 들어서 이제는 아무 일도 못 하는 건가’ 하는 자책감이 밀려왔습니다.
터닝포인트가 된 두 번째 도전
새로운 시도
한동안 주저했지만, 집에만 있는 것도 답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주민센터를 찾았습니다. 그때 담당자께서 “이번엔 사람들과 대화하는 자리가 더 어울릴 수 있다”며 안전 지도원 자리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횡단보도나 공원 주변에서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안전을 살피는 일이었죠. 솔직히 처음엔 망설였습니다. 낯선 사람들과 매일 부딪히는 게 부담스러웠거든요.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첫날 출근길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형광색 조끼를 입고 횡단보도 앞에 서 있으니 아이들이 손을 흔들어 주고, 어르신들이 인사를 건네주었습니다. 짧은 순간이었는데 그 인사 한마디가 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며칠 뒤에는 어떤 아이가 제 이름을 부르며 달려와 “할아버지 안녕하세요”라고 외쳤는데, 그 순간 제 존재가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일자리 속에서 찾은 보람
돈보다 중요한 것
솔직히 말하면, 급여가 크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수입이 생기니 주머니 사정이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손주들 장난감이나 간식 사줄 때, 마음이 한결 편안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습니다. 이 일에서 진짜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는 걸요.
아침마다 나갈 곳이 있고, 누군가와 인사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삶의 활력이 되었습니다. ‘이게 바로 나한테 필요한 거였구나’ 하는 깨달음이 찾아왔습니다.
또 다른 가능성
안전 지도원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분들과 종종 커피를 마시기도 했습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모여, 은퇴 후의 생활을 나누고 웃음을 주고받는 시간이 무척 소중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많은 위로와 용기를 얻었습니다.
내가 직접 겪으며 느낀 은퇴 후 국가 지원 일자리들 정리
| 일자리 종류 | 구체적인 모습 | 장점 | 단점 |
|---|---|---|---|
| 도서관 자료 정리 | 서가에 꽂힌 책을 정리하고, 반납된 자료를 제자리에 놓는 일. 조용한 공간이라 처음에는 무척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하루 종일 책 냄새를 맡으며 시간을 보내니 안정감도 있었죠. |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차분히 일할 수 있고, 문화적인 환경 속에 있다 보니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독서 습관이 있는 분들에게는 적합합니다. | 허리를 숙였다 펴야 하는 동작이 많아 체력적으로 부담이 큽니다. 오래 서 있거나 무거운 책을 나르는 일이 반복되면 무릎과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사회적 교류가 적어 외로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
| 안전 지도원 | 횡단보도나 공원 입구에서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안전을 살펴주는 역할. 형광 조끼를 입고 서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인사도 건네주곤 합니다. |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따뜻한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인사 한마디가 하루를 활기차게 만들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이 커집니다. | 날씨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는 근무가 힘들고, 오랜 시간 서 있어야 하므로 체력이 약한 분들에겐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
| 복지관 보조 | 지역 복지관에서 식사 배식, 청소, 프로그램 지원 같은 일을 맡습니다. 다양한 연령층과 만나며 생활 속 가까운 도움을 주는 자리입니다. | 동네 어르신들과 친밀해지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습니다. 봉사 같은 성격도 있어 성취감이 큽니다. | 업무 강도가 예상보다 높을 수 있습니다. 식판 나르기나 청소 같은 일은 체력이 필요하고, 사람과 부딪히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
| 환경 정화 활동 | 공원이나 거리에서 쓰레기를 줍고, 환경을 쾌적하게 만드는 일. 주로 아침에 진행됩니다. | 밖에서 햇볕을 쬐며 활동하다 보면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성취감이 분명히 있습니다. 집에만 있기 답답한 분들께는 신선한 공기가 좋은 보약이 됩니다. | 무릎이나 허리에 부담이 갈 수 있고, 미세먼지나 날씨 상황에 따라 고생스럽습니다. 외부 환경에 민감한 분들은 오래 버티기 힘들 수 있습니다. |
지금의 생각과 남은 한 마디
자신감의 회복
은퇴 후 국가 지원 일자리 종류가 여러 가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부딪혀 보니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제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도구였습니다. 처음 실패했을 때는 주저앉고 싶었지만, 두 번째 도전을 통해 저는 다시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일을 권유받으면 예전처럼 겁먹지 않습니다. “내가 할 수 있을까?”보다는 “일단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앞서게 되었죠. 나이 들었다고 해서 도전이 멈추는 건 아니란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마음속에 남은 문장
마지막으로 제 마음속에 오래 남은 한 마디가 있습니다.
“나이는 숫자일 뿐, 쓰임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마무리
돌아보면 은퇴 후 국가 지원 일자리 종류는 단순히 생계 보조 수단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다시 찾아주고 사람들과 이어주는 다리가 되었습니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고, 무엇보다도 제 자신을 다시 믿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결국 남는 건 일자리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짧은 인사, 그리고 나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자부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