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지방률 낮추기 프로그램, 한 달 만에 달라진 내 몸

평범했던 하루, 거울 앞에서 멈췄던 나

아이 재우고,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면 하루가 끝나요. 피곤한 몸을 소파에 기대고 누웠을 때, 우연히 눈에 들어온 거울 속 제 모습은… 낯설었어요. 늘 보던 얼굴인데, 그날 따라 피곤해 보이고 무거워 보였어요.

몸무게는 거의 변함없는데 왜 이렇게 둔해 보일까 싶어서 오래된 체지방 측정기를 꺼내봤어요. 오랜만에 만져보는 버튼이 낯설었지만, 숫자를 보는 순간 묘하게 모든 게 설명됐어요. 34%라는 숫자.

아, 이래서 그런가 보다. 살이 찐 건 아니지만, 몸이 무거운 이유. 힘들지 않아도 지치는 이유. 다 이 숫자 안에 들어 있구나 싶었어요.

무조건 운동하면 된다고 믿었던 시절

다음 날부터 유튜브 검색창에 ‘체지방 감량 운동’, ‘집에서 홈트’, ‘30분 전신운동’ 같은 걸 쳐보았어요. 아이 재우고 나면 제 시간이니까, 그걸 운동 시간으로 정했어요. 요가 매트 깔고 숨이 차도록 따라 했죠.

운동 후엔 뿌듯했어요. 땀 흘리는 느낌도 좋았고요. 그런데 2주, 3주가 지나도 체지방률은 요지부동이었어요. 오히려 어떤 날은 더 올라간 숫자를 보며, ‘이건 뭐지?’라는 생각까지 들었죠.

왜냐고요? 그냥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았으니까요. 식단, 수면, 스트레스… 그런 건 뒤로 미뤘어요. 저는 무조건 운동이 답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돌아보면, 조금 억울해요. 그 시간들이 헛되진 않았지만, 돌아가는 길을 돌고 있었던 거죠.

몸이 보내던 신호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오래 알고 지내던 친구와 점심을 먹게 됐어요. 제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더니, 그 친구가 조용히 말했어요. “운동도 좋은데, 네가 먹는 걸 먼저 봐야 할 것 같아.”

처음엔 반신반의했어요. 난 많이 안 먹거든요. 정말로. 하루 식사를 쭉 써봤는데, 충격을 받았어요. 아침은 커피 한 잔이나 과일 조각, 점심은 대충 회사 식당에서 나온 반찬 몇 개, 저녁은 아이 밥 챙기면서 먹다 남은 거. 그러고 나면 밤엔 출출해서 과자, 빵, 라면 중 하나를 고르게 되더라고요.

먹는 걸 줄이는 게 아니라, 어떻게 먹느냐가 문제였던 거죠. 저는 제 몸이 하루 종일 허기진 상태라는 걸, 그런 상태로 살고 있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작고 느리지만 확실한 변화의 시작

일단 물을 많이 마시기 시작했어요. 종이컵으로 세는 게 제일 쉬웠어요. 출근해서 책상 위에 컵 하나 놓고, 오전에 3컵, 오후에 3컵. 그렇게 하루 1.5L부터 시작했어요.

다음은 아침이었어요. 무조건 단백질이 들어간 걸 챙겼어요. 삶은 달걀, 두유, 닭가슴살 슬라이스 같은 것들. 뭔가를 먹고 나면 몸에 에너지가 생기니까, 그날 하루가 좀 덜 지치더라고요.

점심은 욕심내지 않았어요. 구내식당에서 가능한 한 나트륨 적고 기름진 것 덜 먹는 식으로요. 밥 반 공기로 줄이고, 국물은 거의 건더기만 떠서 먹고, 채소를 더 챙기려고 노력했어요.

저녁은 아이랑 먹는 밥을 조정했어요. 반찬을 더 담고, 탄수화물은 반만. 그러면 밤에 야식 생각이 덜 나더라고요. 그래도 뭔가 당기면 사과 한 조각이나 플레인 요거트를 꺼내 먹었어요.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 행동이었어요.

처음엔 버겁고 어색했지만, 이상하게 3주쯤 지나니 자연스러워졌어요. 가짜 배고픔과 진짜 허기 사이를 구분하는 법도 조금씩 알게 됐고요.

어느 날 거울 속 내가 달라져 있었어요

정확히 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출근 준비 중 셔츠를 입었을 때였어요. 복부 라인이 전보다 정돈된 느낌이 들었어요. 예전엔 살짝 당기던 단추가 쉽게 잠겼고요.

처음에는 착각인가 했어요. 그런데 그날 이후로 옷을 입을 때마다 그런 변화가 느껴졌어요. 거울을 봐도 뭔가 가벼워 보이고요. 그게 너무 신기해서, 조용히 체지방률을 재봤어요.

29.5%였어요. 처음 시작할 때보다 거의 5% 가까이 줄어든 숫자였어요. 감동보다는, ‘어, 되네?’ 하는 놀라움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내 방식대로 해도 바뀔 수 있구나, 그게 그날 제 마음에 새겨졌어요.

그 후로도 완벽한 날은 별로 없었어요

물론 그 이후에도 늘 좋은 날만 있던 건 아니에요. 야근하고 와서 아이 씻기고 나면, 그냥 누워 있고 싶을 때도 많았어요. 그런 날엔 운동이고 뭐고 생각조차 나지 않았어요.

과자 한 봉지를 다 먹고 나서야 후회한 날도 있었고요. 그런 순간마다 ‘망했다’는 생각보다 ‘내일 다시 하면 되지’라고 말해보려고 노력했어요. 이상하게 그 말이 위로가 되더라고요.

무조건 지키는 완벽함보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여유. 그게 저를 오래 걷게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숫자보다 나를 더 자주 들여다봐요

지금은 체지방률 24%대를 오가고 있어요.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저한테는 기준이 되어주는 도구예요. 한동안 흔들리면 살짝 높아지고, 잘 챙기면 내려가요.

하지만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 거울을 볼 때의 내 표정이에요. 전에보다 부드럽고 편안해졌다는 걸 느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 몸을 미워하지 않게 됐어요. 예전엔 늘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말해요. 조금 더 건강하게 살 수 있게, 앞으로도 내가 나를 잘 돌봐야겠다고 다짐해요.

체지방률 변화 그래프 예시

기간 체지방률(%) 체중(kg) 느낌 요약
시작 전 34.2% 62kg 무거움, 거울 속 낯선 느낌
2주차 33.5% 61.5kg 큰 변화 없음, 조급함
4주차 32.0% 61kg 거울 속 변화 발견
8주차 29.8% 60.8kg 옷태가 달라짐
12주차 이후 26.5% 60kg 일상이 가벼워짐
현재 25.3% 59.8kg 유지 중, 습관이 됨

그날 거울 앞에 섰던 내가 참 고마워요

밤 늦게, 조용한 거실에서 거울을 본 그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몸이 말을 걸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걸 무시하지 않고 귀 기울였던 그날의 제가 고마워요. 그 덕분에 지금의 제가 이렇게 스스로를 돌보며 살 수 있게 된 거니까요.

큰 결심 없이 시작했던 그날의 작은 시도들이 모여서 지금의 저를 만들었어요. 체지방률을 낮추는 게 목표였지만, 결국 그 과정에서 제 삶이 달라졌어요.

몸과 마음을 다이어트한 기분이에요.

이 글을 보는 누군가에게도, 조용히 시작할 용기가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누가 보든 말든, 나를 위한 변화는 조용하게 시작돼도 분명히 달라져요. 저는 정말 그렇게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