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60대 일자리 많은 직종, 해보니까 완전 달랐어요

불안감이 찾아왔던 그 가을날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던 날이었어요. 퇴근길에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는데도 마음은 어쩐지 쓸쓸하더라고요. 다른 날보다 유독 그랬어요. 회사에서 돌아오는 길인데, 머릿속이 꽉 막힌 느낌이랄까. 평소 같으면 집에 빨리 가고 싶어하는 마음뿐인데 그날은 괜히 천천히 걷게 되더라고요.

나이는 이제 40대 후반. 회사에서 일한 지도 꽤 됐고, 큰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과연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제가 다니는 곳은 중소기업이고 정년이 보장된 자리는 아니에요. 누가 보더라도 50이 넘으면 밀려나는 구조죠. 요즘처럼 세상이 빨리 돌아가고, 사람도 쉽게 바뀌는 시대에선 더더욱 그렇고요.

그날 저녁에 어머니랑 통화를 했는데, 그게 좀 충격이었어요. 어머니는 60대 중반이신데, 근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계시다는 거예요.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라, 집에만 있으니까 몸도 마음도 처진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괜히 마음이 복잡했어요. ‘나도 10년 뒤, 20년 뒤엔 저런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죠.

뭐라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날 이후로 이상하게 그런 정보에 눈이 가기 시작했어요. 포털에서 ‘50대 재취업’, ‘60대 일자리 많은 직종’ 같은 키워드를 자주 검색했죠. 근데 막상 찾다 보니까 너무 막연했어요. 도배, 요양보호사, 방과후 강사, 배달, 미화, 택배, 전기 기능사… 이름은 많았는데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전부 생소했고, 하나하나 클릭하면서도 손끝에 힘이 안 들어갔어요. 그냥 클릭만 하고 닫고, 또 클릭하고… 계속 그 반복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회사 근처 복지회관에 ‘중장년층 직업 교육’ 포스터가 붙어 있길래 관심이 가더라고요. 시간은 퇴근하고 갈 수 있는 저녁 시간대라서 망설이다 신청했어요. 솔직히 많이 긴장됐습니다. 내가 제일 어리면 어쩌지, 괜히 민폐 되는 거 아닐까, 쓸데없는 걱정이 많았어요.

내가 직접 알아보며 비교했던 50대 이후 일자리들

직종 시작 계기 느낀 점 장단점 요약
요양보호사 지역 복지관 포스터 보고 신청 사람 마음을 돌보는 일이구나 싶었음 장점: 수요 많음, 의미 있는 일단점: 체력 필요, 감정소모 있음
도배기능사 기능직 자격증 중 괜찮다는 말 듣고 관심 가짐 기술 익히는 재미 있었지만, 손기술 익히기 어렵다고 느낌 장점: 남성에게 적합, 단가 높음단점: 장비 필요, 초기 진입장벽
방과후 코딩강사 IT 분야 경력 살리려 했지만 과정 복잡해서 중도 포기 생각보다 전문성 높고 시간투자 많아야 해서 어려웠음 장점: 수업당 단가 높음단점: 교육 과정 길고 진입 장벽
반찬가게 창업 준비반 요리 좋아해서 관심 가짐 위생법, 식자재 관리 등 생각보다 복잡해서 주저하게 됨 장점: 소규모 창업 가능단점: 초기 비용, 운영 노하우 필요
IT 기초 교육 보조강사 시니어 스마트폰 교육 도우며 보람 느낌 나이 많은 분들과 소통하는 게 생각보다 즐거움 장점: 부담 적고 보람 있음단점: 시간대 제한, 수입은 낮음

요양보호사 교육장에서 느꼈던 낯섦과 부끄러움

교육 첫날이 아직도 기억나요. 회관 강의실에 들어섰는데, 한눈에 봐도 저는 제일 튀었어요. 대부분 50대, 60대 여성분들이셨고, 저는 혼자 남자였거든요. 괜히 시선도 신경 쓰이고, 어색한 인사만 덜렁 하고는 자리에 앉았어요. 다들 서로 알고 지내는 분들 같아서 더 위축됐죠.

수업은 생각보다 전문적이었어요. 그냥 돌봐드리는 게 아니라 치매, 욕창, 낙상 예방 같은 이론부터 배우더라고요. 처음 듣는 용어들이 너무 많아서 필기할 새도 없이 놓치기 바빴어요. 중간에 체험 실습할 땐 휠체어 사용법, 옷 갈아입히기, 기저귀 교체까지 배웠는데… 솔직히 조금 당황했어요. 마음은 이해하는데 막상 실습하니까 손이 떨리고 머리가 하얘졌거든요.

그래도 이상하게 수업을 들을수록 집중하게 됐어요. 내가 몰랐던 세계가 있구나 싶었고, 저 연세에도 새롭게 배우는 분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존경스러웠어요. 나는 아직 젊은 편이잖아요. 어쩌면 더 빨리 준비해야 할 사람은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의 전환점이 된 요양원 실습

몇 주 후, 실습 차원에서 지역 요양원에 가게 됐어요. 그날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처음 만난 어르신의 휠체어를 밀어드리는데, 어르신께서 제 손을 꽉 잡으시면서 “자네는 목소리가 따뜻하구먼” 하시더라고요. 별말 아닌데 가슴이 찡했어요.

산책 중에 들려주신 이야기들은 전부 인생이 담겨 있었어요. 젊었을 땐 공장에서 일하셨고, 아내분은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자식들은 다 멀리 있다면서… 제게 참 고마워하시더라고요. 그 짧은 30분 산책이 누군가에겐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일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집에 오는 길에 많이 울었습니다. 내가 뭐라도 도움이 될 수 있구나 싶어서요. 동시에 부끄럽기도 했고요. 그전까진 단순히 ‘돈 벌 수 있는 직종’으로만 접근했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었어요. 사람을 돌본다는 건, 그냥 일 하나 더 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할 게 아니더라고요.

시행착오도 있었죠

그렇다고 모든 일이 순탄했던 건 아니에요. 요양보호사 시험을 보려고 했는데, 이론은 통과했지만 실습 일지를 깜빡해서 제출을 못 한 적이 있었어요. 교육기관에서도 “이런 건 처음 본다”며 난감해하시고… 전 진짜 멘붕이었어요. 그렇게 열심히 배웠는데, 결국 시험을 다음 기회로 넘기게 됐죠.

그 후엔 좀 다른 방향으로도 눈을 돌려봤어요. 방과후 코딩 강사 자격증을 알아봤는데, 이건 생각보다 준비가 복잡해서 금세 포기했어요. 요리는 좋아해서 시니어 반찬가게 창업반도 들어봤는데, 주방 위생이나 원가 관리가 은근 까다롭더라고요. 그래도 다양한 걸 경험하면서 내 성향을 좀 더 알게 됐어요. 아, 나는 몸을 써도 사람과 직접 부딪히는 게 덜 어색하구나… 그런 거요.

처음 시작할 때 몰랐던 점들 메모해둔 목록

상황 혹은 순간 그때 들었던 감정 나중에 알게 된 진짜 의미
요양보호사 실습 첫날 긴장했던 순간 손이 떨리고 머릿속이 하얘졌음 사람을 대하는 데는 기술보다 진심이 중요하다는 걸 느낌
요양원 어르신의 “아들 같구먼” 한 마디 울컥하면서 뭔가 가슴이 따뜻해졌음 작은 배려 하나가 누군가에겐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실습 일지 제출 못해서 시험 탈락했을 때 진짜 멘붕… 자괴감 들었음 준비 과정도 경험이더라는 걸 조금 늦게 깨달음
코딩강사 과정 중도 포기했던 순간 무기력했고 괜히 시작했나 싶었음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은 과감히 내려놓는 것도 용기란 걸 느낌
반찬가게 수업 듣고 주저했던 날 나한텐 무리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음 좋아하는 것과 일로 삼는 건 또 다르다는 걸 새삼 느꼈음

지금은 일과 병행하며 조금씩 준비 중이에요

현재는 평일엔 회사 다니고, 주말엔 실버 대상 IT 기초 교육 보조강사를 하고 있어요. 일종의 봉사 겸 아르바이트인데, 노년층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주는 역할이에요. 처음엔 답답했지만 이젠 익숙해졌어요. 60대 어르신이 “아이고, 이제 나도 카톡 사진 보낼 수 있네” 하시면 그 웃음이 그렇게 따뜻해요.

무언가를 배워서 바로 써먹는다는 건 쉽지 않아요.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외우는 것도 더디고, 머릿속 정리가 잘 안 될 때도 많거든요. 그래도 마음만은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어요. 이 나이에 뭔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게 예전엔 두렵기만 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내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못하는지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변화죠.

마음에 계속 남아있는 한 마디

“안 해봐서 몰랐던 거지, 못하는 게 아니었어요.”

이 말이 제 요즘 좌우명이에요. 젊을 땐 시도조차 안 하고 단정지었던 일들이 많았는데, 조금씩 부딪혀보니까 생각보다 길은 넓더라고요. 50대, 60대에도 충분히 일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 같아요. 아직 늦지 않았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는 중이에요.

조금 느려도 괜찮아요. 이제는 주변 시선보다, 제 마음이 먼저니까요.
앞으로도 저는 제 속도로, 제 방식대로 천천히 준비해보려고요.
나이 들어서도 일할 수 있는 그날까지요.